넷플릭스 한국영화 중 2021 개봉작인 '낙원의 밤'을 감상하였습니다. 신세계 감독인 박훈정 감독 작품이라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은 영화인데요. 잘 만든 누아르는 시대와 연령을 불문하고 특유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낙원의 밤도 얼마나 잘 만든 누아르일까? 기대를 하면서 보았는데요. 영화가 끝나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제주도의 시린 풍경인 듯합니다. 분명 같은 제주도인데 내가 아는 예쁘고 아름다운 풍경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게 다가와서 인상적이었습니다.
※ 주의 : 이하 낙원의 밤 관련 내용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주관적인 감상과 견해가 듬뿍 들어가 있습니다.
낙원의 밤 줄거리
피의 대가는 피로 치러야 한다. 참혹한 비극 앞에, 복수를 택한 남자. 그가 죽음의 그림자를 간직한 한 여자를 만난다.
양사장 밑에서 일하는 조폭 태구(엄태구)는 더 큰 조직에서 스카우트를 받을 만큼 능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스카우트를 거절하고 양 사장에게 의리를 지키는데, 어느 날 사랑하는 가족인 누나와 조카가 죽음을 당합니다. 스카우트한 쪽에서 작업을 했다고 생각한 태구는 복수로 그 조폭의 우두머리를 죽입니다. 그리고 제주도로 도피하는 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제주도에는 총기 밀매를 하고 있는 구토(이기영) 와 그의 조카(전여빈)가 살고 있는데요. 러시아로 밀항하기 전에 일주일만 그들의 신세를 지기로 합니다. 조카 재연은 시한부 인생으로 남은 삶이 약 한 달입니다. 그래서 무서울 것도 거리낄 것도 없어서 태구와 자꾸 부딪히게 됩니다. (내 거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너...)
한편, 태구는 양사장과의 의리를 끝까지 지켰으나 양 사장은 자신이 살기 위하여 태구를 팔아넘깁니다. 결국 태구는 상대파의 마이사(차승원)에게 쫓기게 되는데... 과연 조직의 타깃이 된 태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시한부를 사는 재연은 그의 곁에서 어떠한 결말을 맞이 하게 될까요?
낙원의 밤 - 주요 등장인물
○ 태구(엄태구) : 조폭을 미화하고 싶을 때 딱 이럴 것 같은 사람. 1대 다수로 싸우지만 전혀 물러서지 않고 한발짝 더 나갑니다. 거대 조직에서 스카우트하고 싶을 만큼 능력 있고 강한 남자지만 사랑스러운 조카 앞에서는 바보처럼 웃고 생일 선물을 미리 준비해 두는 따뜻한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내려가서 만난 재연에게는 아마도 자신의 조카를 투영하여 본 것인지, 아닌 척하면서 챙겨주는 상남자입니다.
○ 재연(전여빈) : 마피아 삼촌을 두는 바람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는 여자. 고등학생 때 어느 날 집에 와보니 가족들이 모두 처참히 죽어 있습니다. 삼촌의 적대적인 마피아의 짓이었죠. 삼촌은 복수로 그 마피아를 다 휩쓸어 버렸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습니다. 조폭이나 마피아를 증오하고 죽이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라는 이유로 사격을 연습한 듯, 엄청난 수준의 사격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한부 인생이라 무엇에도 두려움이 없는 듯 보입니다.
○ 마이사(차승원) : 알고보면 이용만 당한 듯한 인물. 모시던 회장이 태구의 손에 찔린 후 그에 대한 복수로 태구를 끝까지 좇는 조폭입니다. 잔인하면서도 인간미가 있으며 죽음 앞에서도 초연한 듯 보이는 나름 상남자입니다. 태구를 죽이려고 하는 인물로 긴장감을 선사하는 역할입니다.
○ 양사장(박호산) : 태구의 형님. 한마디로 양아치. 의리로 태구를 도망치게 해주는 듯하였으나 알고 보니 자신의 안위만 위하는 진정한 빌런이었습니다.
넷플릭스 한국영화 - 낙원의 밤 후기
신세계 감독의 작품이라는 타이틀로 기대감을 주는 넷플릭스 한국영화 낙원의 밤. 사람들의 평을 보니 생각보다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큰 설렘 없이 담담하게 감상하였습니다. 전체적인 감상은 한 번은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배우들의 연기나 몇몇 대사들도 인상적이었으나 처음에도 밝혔듯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제주도의 시린 풍경이었습니다. 여태껏 알고 있던 제주도의 여유로우면서도 평화로운 풍경이 이 영화에서는 완전히 반대로 시리고 차갑게 느껴진다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몇몇 배경은 직접 가본 곳도 있었는데 그 아름답고 예쁜 배경을 이렇게 뒤집어서 보게 만들 수도 있구나, 인상적이었어요.
중간중간 들어 있는 유머 코드는 과하지 않고 빵 터지기도 했습니다. 억지스럽지 않고 정말로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되면서 웃으면서 봤어요. 워낙 심각한 분위기라 이게 뭐야 할 수도 있는데, 자연스러운 유머가 재밌었습니다. 역시 차승원 님은 그런 장면을 굉장히 잘 살리시는구나 감탄도 했습니다. 신세계에서 '드루와' 라는 대사가 있었다면 낙원의 밤에서 '비비탄' 이 명대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감독님이 마지막 5분의 장면을 먼저 떠올리신 다음, 그 장면을 만들기 위하여 초반부터 설정을 만들어 가신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실히 누아르 장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기도 했으니까요. 스포라서 언급은 자세하게 안 하겠지만 그 장면으로 이어지겠구나, 싶은 순간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 있게 본 것 같아요. 한 가지 좀 걸리는 것이 있다면 전작 '마녀'의 캐릭터성과 너무 유사하게 보였다는 것입니다. 영화를 감상하는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 못했지만 다 보고 나니, 마녀의 주인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고요. 담담한 표정도 그렇고 머리가 아프다는 설정도 그렇고 겹쳐 보이기 시작하니 배우만 달라졌을 뿐, 옷 입는 스타일까지 비슷해 보였어요. 그런 여자 캐릭터를 좋아하시나 보다, 생각도 들었네요.
물론 신세계에서 본 듯한 캐릭터도 있어서 전작의 잔상들이 이곳저곳에 보였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아마 감독님의 취향이 녹아 들다 보면 그렇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만.... 너무 전작들과 배우만 달라지고 겹치는 캐릭터들이 보여서..... 흠흠... 영화에서 캐릭터적으로는 특별하지도 아주 별로이지도 않고 그냥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한국영화 추천 목록에 넣을 지는 확실하게 말하기가 어려운 영화인 것 같습니다. 한 번은 볼만한 영화인 것은 맞지만 시간을 일부러 쪼개서까지 볼 영화는 아니다,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감독님은 만약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하시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실화 배경 영화라면 그 리얼함과 자연스러움이 더 돋보이게 잘 만드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주도를 워낙 좋아하는데 그 풍경이 아주 차갑게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얻은 포인트였습니다. 넷플릭스 한국영화들이 더 많아져서 이런 후기도 더 많이 남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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