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영화를 어제 넷플릭스에서 봤습니다. 작년에 개봉할 때부터 호평을 보기도 했고, 전도연 정우성이 출연한 영화라고 해서 관심이 있었는데요. 시기가 시기인지라 영화관에 가서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이번에 넷플릭스 영화로 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번쯤 꼭 보라고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등장인물
□ 태영 (정우성) : 여자친구(전도연)의 사채 보증을 서주면서 인생이 꼬인 남자. 출입국관리 공무원이지만 한 탕을 노려 큰돈을 벌려는 벌려는 욕심이 있다. 폭력배에게 당장이라도 찔려 죽을 인생이지만 어떻게든 한 탕을 만들어서 돈도 갚고 인생을 펴려고 한다.
□ 연희 (전도연) : 사랑스러우면서도 잔인한 여자.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밖에 없을 듯 한 캐릭터. 술집 사장으로 올라가기까지 우여곡절을 제대로 겪었을 듯하다. 한 탕으로 새 인생을 살고자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한다. 태영(정우성)에게 사채 빚을 남겨놓고 도망갔다가, 그가 필요해지니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돈가방에 있어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이다.
□ 중만 (배성우) :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가난한 집안의 가장. 딸은 등록금이 없어 휴학을 해야 하고, 아내는 어머니 뒷바라지를 하면서 항구의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사우나 청소 일을 하고 있는데 젊은 지배인은 시시때때로 갑질을 한다. 누가 보아도 돈이 필요한 상황인데, 우연히 사우나 락커에 있는 돈 가방을 발견하게 된다.
□ 미란 (신현빈) : 남편에게 맞고 살면서 그 몰래 빚을 갚기 위해 술집에서 일한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진태라는 남자와 관계를 쌓게 되면서, 남편 사망 보험금을 들여다 보게 된다. 남편에 대한 증오를 품고 사는 애처로운 여자.
□ 진태 (정가람) : 미란에게 첫 눈에 반한 듯한 조선족 남자. 아버지에게 맞고 살던 어머니의 모습을 투영한 듯도 싶지만, 그는 진심으로 미란을 사랑한 것 같다. 미란을 위해서 완벽 범죄를 계획하여 새 삶을 살게 해 주고 싶다.
□ 박사장 (정만식) : 웃으면서 존댓말로 협박하는 살벌한 폭력배. 사채 빚을 갚게 하려고 태영(정우성)을 집요하게 따라다닌다. 태영(정우성)이 한 탕을 노린다는 것을 알고 그 뒤를 캔다.
□ 영선 (진경) : 중만의 아내. 치매 걸린 시어머니가 매일 욕하고 뒤처리를 시키는데도 화 한 번 내지 않고 묵묵히 돌봐준다. 몸이 안 좋아도 돈을 생각하면 쉴 수가 없어서 무리해서 일터로 나가는데, 누가 봐도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착한 캐릭터이다. 존재감이 크지 않다가 후반부에 가서 큰 역할을 하게 된다.
□ 순자 (윤여정) : 중만의 어머니이자 영선의 시어머니. 치매가 걸렸으나 자존심은 굉장히 세다. 무언가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아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게 하는 캐릭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줄거리
모든 이야기는 10억이 들어 있는 '돈가방' 에서부터 시작된다. 8명의 등장인물 모두가 이 돈가방과 얽히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모두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만큼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소개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지극히 평범한 인물은 한 명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여자 친구의 사채를 대신 갚지 않으면 죽게 생긴 공무원, 아르바이트로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 범죄든 말든 한탕만 노리는 여자, 치매가 걸린 할머니, 남편에게 맞고 사는 여자, 사랑을 위해 손을 더럽히려는 남자 등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돈가방과 얽히면서 과연 이 돈은 어디서 생겨났으며 마지막엔 누가 가지게 될 것인가를 궁금해하면서 보게 되는 영화다. 일본 소설이 원작인데 감독이 한국식으로 각색하였다고 한다. 노출수위는 TV에서 그대로 방영해도 될 만큼이 아닐까 싶은데 잔인함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뿌린 대로 거둔다,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래부터는 스포주의, 이 영화는 스포 없이 봐야 재밌습니다.**
첫 시작은 사우나에서 일하는 중만이 청소하다가 우연히 락커에서 돈 가방을 발견하게 된다. 누가 찾으러 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분실물로 처리하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데다가, 점점 주변 상황이 돈만 있으면 해결될 것 같이 흘러가자, 그 돈 가방을 결국 가지고 나온다.
그리고 8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하면서 절실히 한 탕이 필요한 사연들이 흘러간다. 시간 순이 아니라서 처음에는 동시간대로 흘러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시간 순서가 여러 개가 연결되어 있었다. 알고 보면 최강 빌런은 연희(전도연)였다. 맞고 사는 여자에 대한 연민으로 미란에게 잘해 주는 줄 알았는데, 남편을 죽이는 방법을 알려주고 실천할 수 있도록 은근히 꾀어낸 것이었다. 연희의 도움으로 미란은 남편을 죽인 후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꾸미는 데 성공한다. 사망보험금으로 탄 10억을 가지고 중국으로 도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처럼 하고, 미란을 죽여 그 10억을 가지는 것. 연희(전도연)는 출입국관리 공무원인 태영(정우성)을 다시 찾아가서 문제없이 일본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는데, 태영(정우성)이 그 10억을 가지고 도망간다. 폭력배 박사장이 그걸 알고 그를 쫓는데, 태영(정우성)은 도망가다가 차에 치어 죽는다. 그가 죽기 전에 사우나에서 잠시 그 가방을 넣어둔 것을, 첫 시작에 나왔던 중만이 그 가방을 가져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돈은 누구에게 가게 될까?
돈 가방의 주인이 여러 번 바뀌게 되지만 나중에 연희(전도연)가 박사장을 죽이고 가져가게 된다. 새 여권으로 도피하기 위해 항구로 향하는데, 돈 가방을 항구 락커에 잠시 넣어둔다. 화장실에서 만난 폭력배의 똘마니에게 죽음을 당하고, 락커에서 그 돈가방은 주인을 잃게 된다. 마지막 위너(?)는 중만의 부인이 항구에서 청소를 하다가 락커 열쇠를 주워서 그 돈가방을 가지게 된다. 영화는 그녀가 그 돈가방을 가지고 나가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그녀가 경찰한테 가져다주는 건지 직접 쓰기 위한 건지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가 사용하기 위하여 가져 가는 것이 더 유력할 것 같다. 몰살 엔딩이라고 농담으로 할 만큼 악한 일을 한 이들은 모두 그 대가를 치르고, 8명의 인물 중 가장 선하다고 할 수 있는 중만의 부인만이 주인이 없어진 돈가방을 가지게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후기
전도연의 연기는 정말 감탄스러울 정도다. 그녀가 연희를 연기했기에 더욱 이렇게 매력적인 영화로 태어난 것이 아닐까?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정도로 잔인한 성격인데 언뜻 사랑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중반부부터 등장하지만 주인공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전도연의 연기를 보기 위해서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영화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많이 맡았지만 최연희 외 캐릭터가 겹쳐 보이지 않는다.
윤여정은 알고 보면 큰 역할이 아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저지를 것만 같은, 저 할머니 때문에 다 망쳐버릴 것 같은 조마조마함을 선사한다. 원작에서는 영화보다 더 큰 역할이 있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긴장감을 주는 역할로만 끝난다. 이렇게 주인공이 8명이나 되는데 산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퍼즐처럼 맞춰지는 것 자체가 연출이 대단한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장면에서도 과하지 않게 한 것.
그것은 정말 감독의 뛰어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오버하면 몰입도가 깨질 법한 장면들이 있었음에도 전혀 그것을 과하게 만들지 않았다. 정말 있을 법한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연출에서 과해 버리면 깨질 수 있는데, 그 정도를 굉장히 잘 지키신 것 같다. 시간 순서도 과거와 현재가 섞여 있음에도 그것이 머릿속에서 잘 조합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를 깨달으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래간만에 잘 만든 한국영화를 본 느낌이라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잔인한 영화는 잘 못 봐서 중간중간 으으 하는 장면도 있긴 했지만 청소년 관람 불가치고(?)는 아주 센 느낌은 아니었다. 요새는 하도 잔인한 장면들을 아무렇지 않게 써서 이 정도는..... 뭐.....
어쩌면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아서 재밌었을지도 모른다. 누아르, 범죄극 좋아한다면 한 번은 꼭 볼만한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넷플릭스 영화 추천 목록에 꼭 넣고 싶은 한국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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